[제주도 관광]/맛있는 먹거리

제주도 옥돔에 대하여

테니스선생 2009. 2. 12. 22:37

제주도 토박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생선은 단연 옥돔이다.
옥돔은 수심 약30~200m의 비교적 깊은 바다밑에 서식한다고 하는데 생선이 깔끔하다.
내가 사는 성산포 5일장에 나가보면 ‘당일바리’(그 전날 밤에 잡아 당일 시장에 나온 생선)
가 선홍색 빛을 띠고 싱싱하게 진열되어 있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다.

보통 1키로 단위로 홋가하는데 크기에 따라 가격의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물론 당일 어획량과 장보기의 날씨 또 차례등 절기에 따라 달라지지만
1키로에 2마리짜리가 4만원이면, 3마리짜리는 3만원, 4마리짜리는 2만원으로 가격이 뚝뚝
떨어진다. 1마리에 2만원이면 현지에서도 비싼 가격이다.

할머니들이 갱거리 (제사용)로 쓸 것이라고 하면서 가격을 물어보면 상인도 꼭 받을 가격만 말한다.
그러면 두말없이 부른 가격대로 지불한다. 절대로 깍거나 흥정을 하지 않는다.
조상님을 모시는데 부정을 탄다고 또는 정성을 들인다고 해서 깍지 않는다고 한다.

할머니들의 하루 일당이 요즘 3~4만원 정도인데 생선 2~3마리를 하루 일당을 주고
두말없이 척척 사는 것을 보면 제주도 사람들이 옥돔을 얼마나 귀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옥돔은 제사상의 필수 품목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옥돔에 대해 서설을 길게 늘어놓는 것은 가끔씩 나에게 좋은 옥돔을 구해 보내달라고
부탁을 받곤 하는데 그 때마다 사전에 브리핑(?)하는 말을 똑 같은 말을 반복하기가 번거로워
글로 써 설명을 대신하고자 함이다.

첫째, 옥돔은 내가 아는 한 크게 나누어 두가지 종류가 있다.

‘흑돔’이라고 부르는 것은 전체적으로 모양은 비슷하지만 등 부분의 색깔이 검은색을 띠며
뼈가 억세다. 가격은 옥돔의 절반 값이다. 나도 육지에 살 때 선물로 옥돔을 많이 받았는데
집 사람이 이 곳에 이사와서 생선을 비교하며 요리해 보더니 너무 큰 것은 흑돔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보통 가정주부들은 흑돔도 옥돔이려니 한다.

둘째, ‘옥돔’도 생물학 적으로는 종류가 달라지겠지만 그 것은 잘 모르겠고 제주도 옥돔
이라고 해서 유통되고 있는 것을 ‘제주산’이냐 ‘중국산’이냐를 많이 따진다.

한마디로 말해서 같은 바다에서 제주도 배가 잡으면 ‘제주산’이요.., 중국 배가 잡으면
‘중국산’이다. 그러면 그 차이점이 무엇이냐..? 내가 얘기하려는 점이 바로 이 것이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제주도 사람들은 옥돔을 아주 귀하게 여긴다.
따라서 어획을 하면 바로 가져와서 당일바리로 팔아야 가격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
선홍색 빛을 띠는 거의 활어 수준의 생선을 가공해야 비로소 ‘제주산’으로 비싼 값을
받아도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배는 본토에서 멀리 떠나와 장기간 작업해서 선박의 냉동실에 저장할 수밖에
없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대부분의 어선이 노후화되어 냉동 설비 역시 열악할 것이다.
따라서 신선도가 떨어진 냉동 옥돔이 100% 이다. 그렇다고 해서 상한 것은 절대 아니다.

‘옥돔’을 고르시는데는 두가지 점을 주의하시기 바란다.

첫째 문제는 중국산을 제주산으로 둔갑시키는 것이다.
대량 생산하는 가공공장에서는 소량씩 잡아오는 당일바리 옥돔으로 가공하기에는 물량이
부족하다. 내가 정확한 통계까지는 모른다마는 아마 제주도 옥돔이라고 유통되는 옥돔의
거의 대부분이 중국산일 것이다.

나같이 제주도에 10년 이상 살면서 옥돔에 관심을 가지고 현지인 특히 어부와 가공공장을
운영하는 사람과 친해서 물어본 노하우라야 정확하게 구분이 가능한 것이다.
눈으로 봐서는 대충 알 수 있지만 먹어 봐서는 확실한 구분이 어렵다.

단, 중국산과 제주산을 똑 같은 방법으로 동시에 요리해 놓고 각각 먹어보면 구분이 가능할
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따로따로 먹어서는 도저히 어느 것인지 구분이 힘들 것이다.
중국산을 제주산으로 둔갑시켜는 것은 상인들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둘째 문제는 가공 방법에 있다.
대량 생산하는 가공공장에서는 배를 갈라 내장을 빼고 조미료가 가미된 소금물에 담갔다가
그대로 건져 냉동 건조실에 넣어 얼려서 진공포장 한다.
물기를 덜 빼야 무게가 많이 나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워보면 생선이 다 쪼그라들면서 부스러진다.
그런 것은 비닐을 벗기고 아파트 베란다에서 쪼끔 말렸다가 구워드시면 좋다.

전통적인 가내 수공업식의 가공방법은 마찬가지로 배를 갈라 내장을 빼고 깨끗이 씻어
생선에 직접 소금만을 뿌려 햇볕에 꾸덕꾸덕하게 건조시킨다.
이런 것은 구워보면 생선 크기도 그대로 그리고 중요한 것은 생선의 모양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짭조름한 것이 맛도 좋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제주도 배가 잡은 당일바리 옥돔을 전통적인 방법으로 가공한 것을 최고급품으로 치는데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제주산이던 중국산이던 가공방법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양심적으로
가공한 옥돔을 구입하라는 것이다.

내가 생선을 팔기위해 선전하고자 함이 아니라 나를 믿고 주문하는 지인들에게 항상하는
얘기의 결론을 내리겠다.

중국산이라도 가공을 제대로 한 것은 구이요리를 할 때는 제주산과 맛의 차이가 거의 없으나
가격은 거의 반값 이하라는 것이다.
단, 제주도 토박이들은 당일바리를 사서 대부분 ‘옥돔미역국’을 끓여 먹는다. 이 요리를
하려거든 제주산을 구하시고 구워드시려면 굳이 비싼 것을 찾지 않아도 될 것이다.

물론 확실한 제주산 당일바리 옥돔 구입도 나에게 부탁하면 속지는 않으실 것이다.
* 다 그러면서 물건 팔지.., 하시면 할 말은 없다. ^^
** 요즘 중국산 먹거리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아 ‘중국산’ 이라고 표시하면 거부 반응이
있을 수 있으나 ‘옥돔’ 만큼은 전혀 건강에 염려가 없으니 안심하고 드셔도 될 것이다.

그리고 가공은 100% 제주도에서 한 것이 틀림없다는 점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