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이야기]/성산포성당

성산포성당 매괴동산을 소개 합니다

테니스선생 2009. 5. 14. 17:56

예로부터 제주도 제1경은 성산일출봉을 꼽는다.
그 성산일출봉을 통째로 정원에 옮겨 놓은 곳이 바로 성산포성당이다.

요즘 제주도 관광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올레 걷기이다.
올레 제1코스의 마지막 종착지는 ‘동남’이라고 부르는 성산읍 소재지의
5일장 장터거리이다.
장터의 맞은편에 아름다운 성산포 성당이 널따랗게 자리 잡고 있다.

올레 걷기가 유행하면서 동남에는 한 둘씩 또는 삼삼오오로 배낭을 메고
거리를 기웃거리며 지나치는 관광객들을 심심찮게 만나게 된다.
관광객중 성당을 다니는 사람은 물론이지만, 성당을 다니지 않는 사람들도
아름다운 전경에 이끌려 성당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성당의 부지는 무려 7천여평, 검은 화산석 동굴에 모셔진 하이얀 성모님상이
이색적인 눈길을 끌고, 아담한 본당을 비롯한 유치원등 정갈한 건물들과
시원한 잔디밭, 그리고 소담스런 소나무 숲에 우뚝 모셔진 예수님 십자고상,
제주도에선 보기 힘든 연못과 소박한 분수, 갈대왓에 보금자리를 튼 백로의
평화로운 비행, 그리고 제주석이 깔린 산책로에 울려 퍼지는 은은한 성가..,
누구든지 한적한 시골에 이렇게 아름다운 성당이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란다.

그러나 성산포성당의 매괴동산이 조성된 내력을 들으면 다시 한번 놀라며
옷깃을 여미게 된다.

새로 부임하신 신부님께서 강론 중에.., 육지에서 아주 좋은 고상을 보고 오셨는데
연못동산에 모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때마침 교육관 유치원 사제관 수녀원을 신축하느라 경제적 정신적으로
지쳐있는 신자들은 또 무슨 공사를 벌리려 하시나 하며.., 시쿤둥 하였다.
신부님께서는 신자들에게 부담을 주지않겠다고 하시면서 당신 어머님으로부터
고상 대금을 봉헌받으시겠다고 하셨다.

그 무렵 ‘성산포성당 35년사’를 발간하기위해 사료를 수집하던 중, 예전의
기록에 자주 등장하는 할머니께서 병환으로 시내 병원에 입원해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어 병자 영성체 겸 문병을 가시게 되었다고 한다.
할머니께서는 노환으로 오래 사시기가 힘들어 보였는데 하루는 신부님께
고향 성당 성산포에 무언가 도움을 드릴 일이 없을까 물으셨다고 한다.
십자고상에 대한 말씀을 드리자 할머니께서는 아들에게 ‘신부님을 도와 드리라’는
유언을 남기고 돌아가셨다.

할머니는 쌍둥이로 두 아들을 두셨단다.
둘째 아들이 공수부대에 들어가서 全대통령 시절 ‘국군의 날’ 행사에 여의도
광장에서 스카이다이빙 시범을 보이다가 낙하산이 펴지지 않아 단상 앞에
추락해 안타깝게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그 때에 할머니께서는 성산포성당 신부님과 신자들의 정성어린 기도로
많은 위안을 받으신 것을 항상 고마워 하셨다고 한다.

큰 아들은 제주도에서 손꼽히는 건설회사를 경영하며 사업에 성공하였는데,
처음에는 단순히 십자고상만 모시려고 했던 공사가.., 당초 공사비의 열배..,
나중에는 백배나 되는 비용을 들여 성당의 숙원 사업이었던 연못동산 주변을
현재와 같이 멋지게 조경을 하여 흔쾌하게 봉헌해 주었다.

신부님께서는 비명에 숨진 둘째 아들과 그 어머니를 기리기 위한 표석을
동산 입구에 설치해서 후세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게 하셨다.
많은 사람들이 그 표석을 보고는 그 애절한 사연과 할머니의 높은 뜻을 기리는 한편
돈을 벌어 어떻게 써야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주고 있다.

신자들은 틈나는대로 매괴동산 산책로에서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을 기억
하며 14처, 아니 15처를 돌며 기도를 바치고 있다.

‘매괴(玫瑰)’의 사전적인 의미는 해당화(바닷가에 붉게 피는)를 뜻하는데,
아마 옛날엔 장미를 구하기가 힘들어 매괴로 대신한게 아닌가 생각된다.
천주교에서는 묵주(黙珠) 또는 로사리오(라틴어로 장미 화관을 뜻하는
로사리우스(Rosarius)에서 유래한 말)와 같은 뜻으로 혼용해서 쓰인다.
매괴동산에 어울리도록 붉은 장미와 해당화를 많이 심어 계절의 여왕 5월에..,
성모의달을 맞아 장미꽃 향기를 맡으며 로사리오 기도를 바치게 되었으면
더욱 좋겠다.

왠지 모르게 이 곳에서 자식을 위한 기도를 드리면 모두 이루어 질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