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선생 2010. 2. 13. 10:58

 

[윤대녕 맛 산문집 “어머니의 수저”에서]

 

생선이 재료가 아닌 회로는 ‘돼지 새끼회’가 있는데 이는 술꾼들이 즐겨 먹는다.

그리고 몸이 약한 사람이 보신제로 먹기도 한다.

다만 비위가 약한 사람이나 여자들은 그 재료와 조리 방법과 빛깔과 맛 때문에 잘 먹지 않는다.

이것은 새끼를 밴 암퇘지를 잡아 태 속에 있는 돼지 새끼를 통째로 꺼내 깨끗이 씻어

날 것째로 도마 위에 놓고 칼로 잘 다진 다음에

참기름, 마늘, 생강, 후추, 깨소금, 설탕, 식초 같은 것으로 양념을 하여 훌훌 마신다.

이것은 육회의 한 종류라고 볼 수 있는데, 이 회의 재료나 조리 방법이 주는 혐오감은 밀쳐 두더라도 세균과 기생충(날 돼지고기에는 갈고리촌충의 알이 들어 있다)의 감염 때문에 먹기를 꺼리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발견><제주도>편에 나오는 애저회에 대한 서술이다.

앞에서 나는 애저찜(탕)이 진안(광주)의 전통 요리임을 밝혔다.

하지만 그것은 ‘회’가 아닌 익힌 음식이었다.

오래전부터 나는 제주도에서 애저회를 먹는다는 얘기를 들어 익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제주도에 사는 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현지인을 만나면 슬그머니 물어보곤 했다.


“아직도 애저회를 파는 음식점이 있습니까? 돼지 새끼회 말입니다.”


  대답은 한결같이 “없습니다”였다.

이 년간 나는 제주도 어디에서도 애저회를 팔거나 먹는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이미 사라진 음식인 듯 했다. 나 역시 애저회가 먹고 싶어 물어본 것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