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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음서제(蔭敍制)

테니스선생 2010. 9. 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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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서제(蔭敍制)

이제 막 열 살이 된 승로(承老)는 아버지 최은함(崔殷含)의 손을 붙잡고 고향 경주를 뒤로 하고 개경으로 향했다.

AD936년 초 신라 경순왕이 고려 왕건에게 투항하고 수많은 신라 관리들을 이끌고

개경으로 가던 길이었다. 이 최승로가 982년 고려 성종 때 유교를 국가 지도원리로 하는

행정체제 개혁을 완성했다. 이로써 고려는 명실상부한 중앙집권적 통일 국가로서 기초를 다지게 됐다.

 

그러나 고려 왕조에는 여전히 약점이 있었다. 왕권이 훈구파 문벌세력과 불교세력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기존 훈구파는 태조 왕건 이후 그들이 누렸던 각종 특혜를

자자손손 누리도록 끊임없이 요구했다. 그래서 성종 때 나온 시책이 음서제(蔭敍制)였다.

음서제는 부모나 조상의 공로로 그 자손들이 과거를 보지 않고 벼슬을 얻을 수 있는 제도다.

 

문벌귀족 사회를 지향했던 고려사회는 능력보다 가족이나 족벌이 더 중요했다.

음서제는 이런 고려사회의 세태를 반영, 문벌귀족 출신 자제들이 시험을 거치지 않고

벼슬길에 수월히 오를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음서제는 문벌사회의 기존 체제를 유지해주는 보물단지였다.

 

오늘 퇴임한 유명환 외교부장관의 딸이 외교부 특채 공무원으로 채용된 과정이 석연치 않아

세상이 떠들썩하다. 감사 결과 부적절한 채용과정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유장관은 이 사건 이후 사의를 표명했다. 그런데 문제는 유장관의 사의 표명으로 사태가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얼마 전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의 자진사퇴와 맞물려 사회문제로 비화될 조짐마저 커지고 있다.

특히 야당과 좌파쪽에서는 단단히 한 건 한 것으로 보고 대정부 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 때 마침 대통령이 최근 ‘공정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 지도층이 남다른 노력과 희생이 따라야 한다고 말한 것과 때를 같이 하고 있어 더욱 그러하다. 대통령과 정부를 공격하는데 아주 좋은 꺼리가 하나 생긴 셈이다.

 

외교부의 봐주기 특채 사건은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가 생각보다 심각하며, 이에 따른 여파로 국민적 좌절감이 확대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야당과 좌파가 이를 그냥 둘 리 없다.

그들의 끊임 없는 딴지걸기와 국가 정통성 시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들에게 외교부 특채 사건은 보수 우파를 공격하는데 더 없이 유용한 전리품이다.

야당과 좌파의 특징은 무책임한 언행과 사회정의의 왜곡에 있다.

그들은 교묘한 언변으로 시민들의 눈과 귀를 흐리게 한다.

멀쩡한 사람들도 그들에게 일단 귀를 기울이면 사시의 눈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만사를 삐딱하게 생각하게 한다.

또 그들이 말하는 사회정의는 교조적 좌파 이념 바로 그것에 지나지 않는다.

건전한 시민과 지성인들이 추구하는 그래서 우리사회 전체가 필요로 하는 그런 사회정의가 아니다.

그들의 사회정의란 단순한 좌파의 그럴듯한 논리 그 자체다.

이런 그들의 입에서 봐주기 특채가 공정한 사회로 가는 길이냐는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다.

보수 우파가 하는 짓이 다 그렇다는 듯이 몰아세운다.

현대판 음서제가 국가기관 곳곳에서 횡행하고 있다고까지 주장한다.

아마도 최근 정부가 행정고시 등 각종 국가고시에서 서류전형과 면접만으로 채용하는

특별채용 계획을 검토 중에 있음을 두고 한 말일 게다. 그들은 이런 정부 계획안이

현대판 음서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비난이 나오게 한 첫째 원인을 일부 보수 우파 인사들이 제공하고 있다.

이번 외교부 특별 채용사건도 그 예 중의 하나다.

그렇다면 왜 보수우파들은 이처럼 무사안일과 구태의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왜 개혁과 건전한 변화에 둔감한 것일까.

아마도 세상이 자기편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해서 일 것이다.

그러니 시대흐름에 둔감하고 사고 변화에도 느린 게다.

고려 시대 훈구파들이 그랬고, 조선조 말의 지도층이 그랬다. 이래서는 그들의 미래가 어둡다.

오늘의 사회를 정의로운 사회로 만들기 위해선 건전한 보수층이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발전을 위해 무엇을 헌신할 것인지를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어느 유명한 문필가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좌파는 이념만 있을 뿐, 사회정의와 국가는 그들에게 없다.” 그렇다.

좌파는 우리 사회의 대안이 될 수 없다.

보수 우파가 각고의 노력으로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매진할 때다.

그래야만 개인이 더 성공하고, 사회와 나라가 진보한다.

2010. 9. 6.

출처 : 매곡성당 임마누엘성가대
글쓴이 : 카타리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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