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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 체류 연장 허가

테니스선생 2011. 9. 21. 08:16

불과 2년 전, 테니스를 취미로 하는 사이버공간에서 서로가 쓴 글을 인연으로

미국에 거주하는 동호인을 알게 되었다.

비슷한 연배에 넘들 보다 조금 이른 시기에 운동을 시작하여 한다리 걸쳐보니

서로 아는 사람도 겹치게 되며 이야기보따리가 술술 한마디로 코드가 맞았다.


가까이 있으면 얼굴도 보련만 하며 아쉬워하자 제주도로 나를 만나러 오겠단다.

설마 했더니 오래지 않아 미국 서울 제주도의 삼자대면이 이루어졌다.

그래서 말은 함부로 하지 말라고 그랬구나..!? 허튼소리 했다간 큰 일 난다!


초창기 엘리트 국가대표 챔피언 형님 그리고 왕년의 아마추어 전국구급 동생과의

공놀이도 공놀이지만 끝없는 말잔치와 맛있는 음식과 술, 길이 추억에 남을

뜻 깊은 만남이 아닐 수 없었다.


행님은 체중을 좀 줄이셔야 겠어요.., 그런데 동상은 어디가 안 좋은가..?

얼마 전 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았는데, 한국의 의술이 좋고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서울에서 수술 받고 다행히 경과가 좋아 살살 운동도 하게 되고

6개월에 한번씩 다시 한국에 와서 ‘이승 체류 연장 허가’를 받고 간답니다.


에이구~ 나이 먹어가며 건강이 최고인데 서로 몸조심해야지 암 그렇구말구!

행님이야 맛있는 것을 너무 좋아하셔서 그런다 시지만.., (죄송)

동상은 어쩌다가 그런 몹쓸 병에 걸렸나 하면서 안쓰러운 마음에 위로에

위로를 더하며 이별을 아쉬워했었다.


그런데.., 그런데..! 그 만남 후 몇 개월 후에 내가 그 몹쓸 병에 걸리다니..!?

작년 이맘때쯤 발병해서 수술 방사선 항암치료로 끝나나 했더니 추석전날엔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백혈구 수치가 바닥을 쳤다나..? 응급실 독방에 갇혔다가

일주일 만에 퇴원해서 이제야 눈동자가 제대로 돌아와 있다.


1년 동안 투병생활하면서도 머리만 빠졌지 환자 티가 나지 않았었는데..,

이젠 내가 봐도 환자답고 정말 이삼일간 머릿맡에 검은 그림자 헛것이 

오락가락하며 보일 정도로 혼이 났다.


정말 남의 말 함부로 할 일이 아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부디 건강 조심하시고 특히 무리하지 마시고

건강하실 때 건강 잘 지키시길 바랍니다.


에휴~

앞으로 5년간 다른 곳으로 전이가 되지 않아야 완치(?)가 된다는데..,

오라는 날 착실히 병원에 오가며 ‘이승 체류 연장 허가’ 대열에 동참하게 된

내 신세...


그러나 병원에서 고생하는 많은 환자들 중 그나마 밥 잘 먹고 잘 걸어 다니며

이렇게 소식을 전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동상의 노하우를 빌어 조만간 테니스코트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해 본다.

이용호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