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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운동을 시작하며

테니스선생 2011. 12. 23. 22:35

1년 전 왼쪽 발목에 악성 근육종이라는 암 진단을 받고나서..,

늙지도 젊지도 않은 나이로 세상에 대한 미련은 없으나 착잡한 마음 역시

떨칠 수가 없었다.

악성이라 함은 얼마나 빨리 자라며 퍼지는가에 기준을 둔다는데

그저 의사 하자는 대로 수술을 받고 깨어보니 생각보다 수술의 여파가 커서

상처가 아무는데도 많은 기간이 소요되었고 이어서 방사선 및 항암치료도

만만치 않았다.

피부이식을 한 발등의 저림도 저림이려니와 발목 아킬레스건도 일부 덜어내다

보니 그저 작대기 신세 안지고 걷는 것만으로도 그저 고마울 뿐이다.


병석에서 투병생활을 하다보니 지나온 세월이나 곰씹으면서 부모형제등

친지는 물론 친구들 그리고 취미를 함께 해온 동호인들이 그리웠다.

수술한 의사의 검진에 맞추어 모처럼 육지에 가서 피곤을 무릅쓰고 이리저리

여러 사람들을 만나 보았지만, 그 좋아하는 운동을 함께 할 수가 있나 술을

마실 수가 있나 맹숭맹숭 자리는 같이해도 영 재미도 없고 오나가나 경기가

안좋아 죽을 지경이라는둥 이젠 모두 다니던 직장 그만두고 너나 할 것 없이

그저 사람좋은 얼굴만 하며 쳐다보는 것밖에 특별히 할 얘기도 없고...


이제 수술자리도 잘 아물었으니 슬슬 운동을 해 보라는 의사 말씀에 힘입어

동네 복지관 워킹머신에 올라 시속 3.5키로로 30분간 걸어 보았다.

아무래도 절룩거리며 양쪽 발의 균형을 맞춰 걷기가 힘들고 거울에 비추인

표정 또한 일그러져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날씨가 춥지 않을 때는 집 앞 바닷가 산책이라도 하련만 돕바를 걸쳐 입고

테레비에 눈을 박고 앉아 궁상을 떠는 모습이 혹시라도 부인님의 심기를

거슬릴까 두려워 오늘도 씩씩한 척 복지관을 다녀왔다.


살살 살금살금 속도도 올려보고 살짝살짝 뛰어도 보니 땀도 나고 방귀도 뿡뿡

나오며 소화도 잘 되는 것 같고 낮잠도 안자게 되니 밤잠도 푹 오고 꽤 괜찮을 것 같다.

이 참에 이 겨울 100일간 꾸준히 운동해서 새봄엔 테니스도 다시 하게 되고

거울 보며 표정 연습도 해서 웃는 얼굴로 만들어 보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