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보이와 소녀
제주공항에는 언제나 여행사 직원 또는 택시기사들이 이름을 쓴 종이를 들고
손님을 찾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는 처음 보는 분들을 마중하러 공항에 나갈 때면 ‘카우보이모자 쓴 키 큰
아저씨’를 찾으세요’라고 한다.
지난 1년간 몸이 아파 손님맞이를 사양하다가 이제 건강도 고만고만해져서
모처럼 출영을 나갔더니,
나를 본 소녀가 “아저씨 이 모자 진짜 카우보이모자 맞아요?”하고 묻는다.
나는 모자를 벗어 “그럼 진짜지, Made in the USA 봐” 하고 보여주면서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사실 그동안 빛바랜 갈색 제주산 짝퉁(?)카우보이모자를 쓰고 다니다가
지난해 미국 네브래스카에서 오신 동갑나기 여성손님이 귀한 선물로 주신
것을 처음 착용하고 관광가이드에 나선 것이다.
사모님들이 자녀들과 여행오시면서 운전과 가이드를 부탁하셔서 첫 관광지인
한림공원을 평소와 같이 앞장서 들어가며 입장권을 내밀자.., 표 받는
아가씨가 한사코 아저씨도 표를 끊어오라면서 야멸치게 문전박대를 한다.
헐~! 아침부터 목소리 높여 손님 앞에서 해명(?)할 수도 없고.., 여행길잡이
십수년만에 이런 망신살이.., 어느 관광지를 가든지 손님을 모시고 가는
기사는 환영을 받는데.., 씁쓸함을 감추며 손님만 들여보내고 돌아서서
기사대기실에 들어갔더니 같은 클럽에서 운동하던 후배가 형님하면서 반긴다.
여긴 어쩐 일이야, 네 저도 다니던 직장 명퇴하고 관광기사하고 있어요,
여차저차 했다고 하면서 입맛을 다시니, 한마디 툭 하며 부화를 돋운다.
“형님 인물에 그 좋은 모자를 쓰고 다니니 누가 기사로 보겠어요?”
* 오마하 갑장님 그래도 꿋꿋하게 모자 잘 쓰고 다닐께요. 감사합니다.^^
** 베드로아저씨 바뀐 전화번호 : 010-2352-88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