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말 못하는 공이나 팹시다

테니스선생 2012. 5. 21. 05:12

* 테니스에세이 '재미있는 이야기' 제목을 '말 못하는 공이나 팹시다'로

  정했습니다.  파란악동의 표지 그림과 연계가 잘 되나요? ^^

 

 

말 못하는 공이나 팹시다

                                   


성산포성당 신부님과 수녀님들이 우리 성당에서 가장 팔자 좋은 사람이 누구냐고

우스개 소리를 했더란다. 이구동성으로 베드로형제님! 이라 했다던가..?

구체적인 가정사야 아실리 없고 볼 때마다 또 찾을 때마다 하는 일(?)이라곤

오직 ‘테니스’ 라니.., 내가 들어봐도 정말 팔자 좋은 아저씨가 아닐 수 없다.


노름쟁이가 찾아오면 노름하자는 얘기요, 춤쟁이가 전화하면 춤추러 가자는 얘기라고

수차 말씀드린 바와 같이.., 테니스 가르친 제자가 “안녕하세요?”하고 전화하면

물어보나마나 공치자는 것 아닌가? 누구든지 나에게 공치자고하면 거절해 본 적이 없다.

특히 이제 겨우 게임을 시작한 초짜가 전화하면, 아하! 드디어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나보다

하고 반갑게 뛰어나가는 나를 보고 집사람은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끌끌 찬다.



요즘 세상이.., 매일 환율이 올라간다, 주가가 떨어진다, IMF 때보다 더 살기 힘들다, 온통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어떤 증권회사의 젊은이는 자살을 했다고 한다.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오죽했으면 젊은 나이에 목숨을 끊었을라구.., 정말 안타깝다. 큰 아들이 은행과 증권회사에

합격하였다고 하면서 증권회사 쪽에 관심을 가질 적에 만류하기를 잘했다고 안도하면서...


사람이 정말 죽겠다고 마음먹으면 순식간에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만다.

누구든지 인생에서 좌절과 고통이 없을 수 없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팔자가 좋아서 맨날 테니스나 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나의 삶에서의 테니스는 어떻게 보면 생을 지켜주는 버팀목 이라고 할 수 있다.

어려울 때나 슬플 때나 또 잘 나갈 때는 잘 나갈 때대로, 숨이 끊어지면 죽는 것과 같이

테니스를 생활화 하고 있다.


며칠 전 옛날 직장 후배가 찾아와 인사를 하며 동료들의 근황을 들려주고 갔다. 누구누구가

돌아가셨단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아직도 살 날이 창창한데.., 선배님은 그대로시네요.

아니 자네들은 신이 내린 직장에서 월급도 많이 받고 좋은 차 좋은 집에 살면서 왜 그리 늙었나.

스트레스 때문이지요. 요즘 테니스는? 작은 공치느라고.., 그리고 옛날 같지 않아요.

그 때가 참 재미있었는데. 슬픈 얘기 그만하고 오랜만에 공이나 한번 치고 가.


물론 기분이 좋아야 공도 잘 맞을 것이다. 生業이 죽을 지경인데 무슨 공이냐고 할 것이다.

먹고 살기 힘든데 한가한 소리한다고 하실 것이다. 그러나 동호인들에게 감히 말씀드린다.

우리나라 5천년 역사 중에 어렵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냐고.., 아니 내 생애에서 한가롭게

공이나 치던 날이 얼마나 있었냐고..?

세상사 오르락 내리락, 기분좋게 잘 풀리는 날들은 그런 날들대로, 힘들면 힘든대로..,

말 못하는 공이나 한번 패고, 삼겹살에 쇠주 한잔 아니 이 곳에선 돌문어에 한라산 한잔 하면서

서로 어깨를 두드려주며 시름을 날려 버리자고....


하느님, 오늘도 테니스를 하게 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아멘!.................... 아멘?


* 아멘 (amen) : 유대교·그리스도교·이슬람교 예배에서 동의·긍정·소원을 표시할 때 쓰는 말

공식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감사나 기도를 드린 사람이 그 내용을 요약·확증하기 위해 말

끝에 아멘을 붙이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아멘이라는 말로 응답하던 초기 관례에서 자연

스럽게 발전했다. (2008.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