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세번
형님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어떻게 지내긴.., 매일 똑 같지 뭐...
요새도 테니스하세요?
그럼 그거 아니면 할 일이 없잖아. ^^
사실 테니스를 한다기보다 그걸 일삼지 않으면 늦잠자게 되고 아침 밥맛도
없고 해서 체조삼아 식전에 나가려고 애쓰고 있다.
동네 사람들 지도하는 일화는 그게 그거지만 최근에는 초교 2, 6학년 형제,
초교6 + 그 아이 엄마, 이렇게 매일 코트에 출근하지만 공 한번 쳐보지도 못하고
입 근육만 단련하는 것이 일과다.
이 아이, 아니 이분, 아니 너 지금 몇 살이냐?
만으로 25살이에요.
그러니까 15년전쯤 테니스를 배우겠다면서 며칠 라켓을 들고 다녔었고,
언젠가 대학에 들어간다면서 입학 전에 한두달간 30회를 가르쳤었는데,
모처럼 성당에서 만나 근황을 들어보니 내년에 신부가 되려고 신학교에 간단다.
큰 공부하러 간다는데 특별한 선물은 할건 없고.., 테니스나 좀 더 배우고 가라.
죽이 맞아 동틀 무렵 나가긴 하는데 날씨가 변덕스러워서 원...
그래도 꿋꿋이 손을 맞춰보니.., 역시 젊음이 재산이라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쑥쑥 실력이 향상되는 것이 모처럼 공칠 맛이 난다.
금년 초 O감독에게서 선물 받은 라켓 2자루 중 1개는 젊은 목사에게 주고,
내친김에 아쉽지만 나머지 1개를 예비신부에게 주었다.
O감독, 섭섭해 하지마. 내가 쓰기엔 힘도 딸리고 영적지도자들에게 대신
전달했으니 알게 모르게 하는 일 모두 잘 될거야. ^^
부인님의 세컨드 라켓의 먼지를 털어내면서 내년엔 뱃속에 있을 때부터
가르쳐 주겠다고 약속한 넘이 5학년이 되었으니 마지막 제자로 삼아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