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라켓의 그립을 어떻게 그립 할 것인가?
테니스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들이 누구나 품게 되는 의문일 것이다.
1970.3.1 내가 산업은행에 입행해서 첫 번째 만난 책임자가
당시 데이비스컵 대표선수이자 감독이며 산업은행 감독을 하던 박도성씨였다.
라켓을 한 자루 사주며 쥐는 법을 가르쳐 주셨다.
또 틈날 때마다 아니 맨날 시다바리(?)로 따라다니며 공치는 법을 배웠다.
4년 동안 테니스를 쳤는데 포핸드 하나는 빵빵 잘 친다는 소리를 듣곤 하였다.
그러다가 군대에 가서 군사령부에서 복무하게 되었다.
그 곳에서 만난 테니스 병은 주니어 국가대표를 하다가 온 친구였다.
그 친구는 포핸드를 스라이스로 쳤는데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었다.
통일화, 워카, 군복 등을 새 것으로 교환해 주며 또 다시 테니스를 배우게 되었는데..,
그립을 바꾸라는 것이다.
거의 1.5년간 가르쳐 주는 대로 쳤더니 포핸드가 스라이스 일변도로 바뀌어 버렸다.
제대하고 나서 일명 “사시미”로 웬만한 선수(아마추어)들에겐 공 까다롭다는 소리를 들으며
재미를 보았는데 좀 큰 시합에 나가거나 수준급의 선수에게는 맨날 포칭이나 당하게 되고
파워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으며 포핸드 스트록에서 밀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은행 다닌지 11년 만에 책임자가 되어서 금융단대회에 나가면 맨날 5번조로
주전에는 끼지 못하고 물주전자나 나르는 신세였다.
감독님이 주무를 시켜주셔서 현역 선수들과 8년 동안 어울려 다녔다.
아니 그 좋던 공 어디가고 사시미나 뜨고.., 그래서 되겠어?
얘들아, 주무님 공 좀 쳐드려라.
주무님 그립 좀 두꼅게 하세요. 그립부터 다시 배우셔야겠어요.
당시 금융단선수들이 모이기만하면 그립을 고쳐 잡고 포핸드를 다시 배우는 게 좋다..,
안된다.., 이제부터 다시 배우느니 현재대로 그대로 살다 죽는 게 좋다.
나를 두고 안주삼아 놀리며 토론을 하곤 했다.
도저히 열 받아 안되겠다 싶어서 동네 코치에게 렛슨을 받았다.
테니스 시작한지 한 15년쯤 되었나.., 정식으로 렛슨비 주고 배운 것은 아마 처음이었지?
그립 잡는 법부터 새로이 배웠다.
동네 시합에 나가서도 이건 배운 대로 치려다가도 나도 모르게 급하면 스라이스로 공을
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죽도 밥도 아니고 정말 라켓 부러뜨리고 테니스를 집어 치우려고까지 생각했고,
코트에만 나가면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다.
그립 바꾸라고 한 놈들 정말 패주고 싶었다.
그러나 라켓을 놓을 수는 없어서 그렁저렁 렛슨을 한 2년 받았더니 포핸드, 백핸드를
각각 드라이브, 스라이스로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왜 나의 그립 바꾼 이력을 장황하게 이야기하는가?
며칠 전 내가 가르친 젊은 친구가 구력은 2~3년 되었는데 공을 치다가
선생님, 제가 요즘 컨티넨탈 그립으로 바꾸었는데 포핸드가 잘 안되네요. 한다.
속으로 좀 고생할 꺼다.
포핸드 하나는 키도 크고 해서 팍팍 잘 감아 쳤는데.., 쯧쯧 한참 고생하겠구나 생각했다.
내가 처음 테니스를 배울 때는 동호인들이 모여 앉기만 하면,
테니스 그립 방법과 장단점에 대해 토론에 토론을 벌이며 세계적인 선수를 들먹였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테니스 그립 방법에 대한 논란은 종지부를 찍었다.
이스턴, 웨스턴, 컨티넨탈 운운은 이제 교과서에나 나오는 어떻게 보면 테니스의 흐름
이랄까..? 역사라 그럴까..? 그럴 정도로 거의 테니스 그립은 한가지로 통일되었다고 본다.
각 그립의 그립 방법과 장단점등은 인터넷이나 각종 자료에 많이 나와 있지만
용어의 유래라 할까..? 변천사라고 할까..? 는 찾아보기 힘들다.
말 나온 김에 내가 아는 상식과 전문서적의 설명을 인용해 본다.
원래 테니스의 시작은 프랑스에서 였다는데..,
스포츠로서의 자리매김은 영국에서 체계화 되었다고 한다.
영국이 섬나라지만 유럽 대륙의 일부이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선배들이 가르쳐 주는 대로
그립을 했을 것이다. 이름 하여 컨티넨탈 그립!
영국 사람들이 신개척지인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미국의 서부지역에 자리 잡은 어떤 친구가 제자를 양성했겠지.
그 촌놈(?)제자가 꿈에 그리던 윔블든에 가서 우승을 했더란다. 이름 하여 웨스턴 그립!!
또 어떤 아저씨가 미국 동부지역에 정착하여 테니스를 가르쳤겠지.
그 제자가 윔블든에 가서 우승을 했더란다. 이름 하여 이스턴 그립!!!
내가 주어들은 얘기이다.
1980.9.13. 박도성씨로부터 증정받은 “ENCYCLOPEDIA OF TENNIS”에서 발췌한 글이다.
이스턴그립
“이스턴” 이라고 하는 것은 미국의 동부에서 발달한 그립이기 때문에 이 명칭이 붙었다.
처음으로 테니스가 미국에 수입되었을 시는 잉글리시그립 또는 콘티넨탈그립(유럽대륙의
의미)이었지만, 이 그립의 불합리한 점이 개량되어 미국의 동부에서 발달한 것이다.
라켓의 면이 코오트의 지면과 직각이 되게 하고, 왼손으로 라켓의 목을 가볍게 쥐며
그 손잡이를 마치 악수하는 것 같이 쥔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다.
웨스턴그립
이 그립은 한마디로 말하여 연식정구의 경우와 같이, 라켓을 지면에 평행으로 두고
그 손잡이를 위로부터 쥐면 이 그립의 잡는 법이 된다.
웨스턴그립이라고 하는 것은 미국의 서부에서 발달한 그립이기 때문에 이 이름이 생겼지만
왜, 서부에서 발달했는가하면 서부라고 하더라도 대체적으로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한 것이다.
기후가 덥고 비가 많이 오지 않은 탓인지, 테니스코오트 면이 전부라고 할 정도로 콘크리트 등의 하아드코오트이다.
동부와 같이 잔디의 코오트는 별로 볼 수가 없다.
특색은 높은 바운드의 보올에 강하다고 하는 것.
컨티넨탈그립
테니스의 그립 가운데에 가장 최초로 발달 보급된 것이 이 잉글리시그립이라고 생각된다.
그것은 프랑스에서 탄생한 테니스가 영국으로 건너가 근대테니스가 되어 발달한 것으로
이 그립은 제일 오래된 것이다. 이것이 영국으로부터 유럽대륙에 역수입되어 왔기 때문에
별명을 콘티넨탈그립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 그립의 잡는 법은 라켓의 손잡이 쪽을 자기 앞으로 하여 라켓의 면이 코오트 면과 직각이 되게한다.
이것을 위로부터 쥐는 것인데, 그때에 이스턴그립의 백핸드보다도 좀 더 손바닥을 오른편으로 돌린다.
즉, 엄지와 인지 사이의 각도가 생긴 곳이 핸들 상부의 좌각상 (라켓의 핸들은 팔각형)에 오도록 된다.
그리고 엄지와 타의 4본 손가락으로 위로부터 꽉 쥔다.
그때에 라켓을 잡은 팔과 라켓의 사이에 브이자형의 각도가 생긴다.
따라서 라켓의 끝은 필연적으로 위로 올라와 있다.
라켓을 잡은 상태에서 그대로 치기 때문에 발리, 스매시, 서어비스에 유용하다.
젊은 시절에는 자세히 읽어 보지도 않았지만..,도대체 뭔 말인지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테니스를 한 30년 치니까 이제야 뭔 말인지 말뜻을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아아~! 이제야 감독님이 그립 방법 운운 하지 않고 가장 Orthodox한 그립 방법을 가르쳐
주셨는데.., 건방진 놈이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하면서 헤매다가 결국엔 제 자리를 찾는데
허송세월을 보냈구나.., 하는 걸 요즘 들어 느낀다.
“철들면 죽는다” 더니 이제야 그립을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