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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 좀 단속해 주세요

테니스선생 2009. 1. 15. 00:05

카페등에 글을 올렸더니.., 제주도 오시는 걸음에 한번 만나고 싶다는 연락이 종종 온다.
이런저런 신변 잡동산이를 보고는 어떻게 생긴 아저씬지 궁금한 모양이다.

이번엔 손전화에 문자가 들어왔다. 언제언제쯤 오시겠노라고..,
문자엔 문자로 답, 성산일출봉에 오실 때 연락주세요.

지금 뱅기 탑니다. 도착했습니다. 내일 점심때쯤 갈껍니다. 점심먹고 출발하는데 15분 후에 도착합니다.
시시각각 문자로 중계방송에 대한 답, 시커먼 안경 + 모자

누굴까..? 자상스러운 면을 보니 여자분 같은데.., 닉넴을 보니 ‘길동이’..,? 길동이면 남자겠지... 나이는 어떻게 될까..?
리턴 전화를 한번 해 볼까..?

아니지.., 그 사람이 목소리를 들려주지 않는데 나이 값을 해야지 기다려보자.
궁금해 하면서 쪼는 맛도 있으니까.

그래도 육지에서 나를 보려고 온다는데 꼬질꼬질하게 나갈순 없고..,

부랴부랴 면도하고 머리도 감고 드라이하고 혹시 집에서 차라도 한잔 대접할는지
모르니 아래 위층 청소기도 돌리고.., 옷도 이것저것 코디도 해보고...

부인님이 이상스럽게 쳐다본다. 이 양반이 오늘 민박 손님 온다는 얘기도 없는데
갑자기 시키지도 않은 왠 청소..? 어디 맞선보러가나 오늘따라 왠 분단장..?

‘성산일출봉’을 새긴 돌덩어리 앞에 서 있었더니 관광버스 다섯 대가 꼬리를 물고 들어온다.
보이스카웃 복장을 한 애들이 떼지어 내리더니.., 갑자기 시끌법쩍

두리번거리다가 인기척을 느껴 뒤돌아보니 왠 아리따운 아줌마가 상끗 웃으며
선생님..?! 한다. 아이쿠 깜짝이야, 길동씨..?!

엔돌핀이 팍 솟쿠침을 느낀다. 애들 일출봉에 올라갔다 내려오는 시간 45분뿐!
이 시간을 어쩐다..? 에이 모르겠다. 내가 평소 나를 찾는 사람에게 돌문어 + 한라산을 공약 한터..!

무조건 해녀의 집 목로주점으로 가서 주문해 놓고는 찰랑찰랑 바닷가에서
비로소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며 밀린 숙제하듯 조근조근 말을 붙여본다.

공칠때 코트를 뉘비며 이리번쩍 저리번쩍하며 뛰어다녀 멤버들이 붙여준 별명이 홍길동이라나 어쨋다나..?
그래도 그렇지, 누가 닉을 단속하든지 해야지,
나 같이 순진한 아저씨는 남자인줄 알고 지나가는 놈팡이들 얼굴만 뚫어지게 쳐다봤잖아.

쇠주를 벗삼아 안주를 게눈감추듯 비우는데 벌써 30분 소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우리동네 성산포코트에 달려가 사진찍고 후다닥 돌아오노라니 벌써 찾는 전화가 떼르릉...

숙소만 가까웠어도 나이트 한겜하는건데 아쉬움만 남기고 휘리릭..!
괜시리 시골 아저씨 마음에 바람만 횡~~ 하니 넣어놓고 가버리면 난 어떻해..?
터덜터덜 문어집에 돌아와 괜시리 애꿎은 문어와 한라산만 작살.... ^^

그렇게 오려거든 차라리 오지나말지.............................
여름방학때 칭구들과 함께 맞짱뜨러 다시 오겠다니 기다려봐야지...........................

- 그때쯤이면 뱅기표가 없으니 미리미리 예매를 해 두시는 것이 좋을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