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이야기]/천주교 신자로 살면서...

천주교 신자임이 자랑스러웠던 며칠

테니스선생 2009. 2. 20. 22:15
김수환 추기경님이 돌아가셨다. 연세가 87세 이시니 천수를 다 누리신 것
같다. 명동성당에 40만명이 조문을 다녀갔다고 한다. TV를 통해 비춰지는
사진속의 추기경님 얼굴을 바라보며 여러 가지 상념에 잠긴다.

사람은 관 뚜껑을 닫을 때 진정한 평가를 받는다고 하는데 한국사회에서
천주교가 차지하는 비중도 있겠지만 신자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애도 속에
장례가 치루어지는 것을 보니 추기경의 위상도 위상이지만 그 분이 평소에
우리에게 보여주셨던 삶의 모습이 진정 존경을 받았던 것이 아닐까 싶다.

나라에 큰 일이 있을 때마다 정치지도자들이 앞다투어 추기경님을 찾아뵙고
나오면서 무슨 언약이라도 받은 양 으스대면서 매스컴에 함께 찍은 사진이
실리는 것을 보면서 ··· 서로 상대방을 잡아먹지 못해 으르렁대는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무슨 얘기를 나누었길래 저렇게 자랑스럽게 웃고
있나? , 추기경님께서는 그 사람들에게 무슨 얘기를 하셨을까? ··· 궁금해
하곤 했었다.

아마 누구를 지지한다는 것보다는 부디 국민을 생각하고 국민의 편에 서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치를 하라는 당부의 말씀을 하셨을 것이다.

종교지도자 하면 괜시리 목에 힘을 팍주고 근엄하게 빈틈없는 언행을 하실
것이라는 선입관을 가진다. 물론 대중 앞에서는 그렇게 인자하게 사람 좋은
표정을 지으시겠지. 그러나 돌아서면 이중적인 언행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러나 추기경님은 혜화동 할아버지로 애들이 부르며 따르는 것 같이..,
성당의 아주머니 신자들은 오빠~ 하며 손을 함께 흔들며 환하게 웃으시고,
나는 ‘바보야’ 하며 한없이 자신을 낮추시며, 노래를 청하면 열심히 불러
주시는 온 국민의 할아버지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천주교 하면 뭔가 우중충하고 괜시리 격식이나 따지고 움추려 드는 듯한
이미지였는데 김수환 추기경님의 맑고 환한 삶의 모습과 장엄하고 격조있는
장례식과 주로 신자겠지만 질서정연한 참배객들의 모습에서 ‘나도 천주교
신자입니다’ 라고 자랑스럽게 드러내놓고 얘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