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에는 평상시와 같이 중언부언하는 글보다는 뭔가 의미 있는 글을
올려야하지 않을까하는 강박관념(?) 때문에 글 안주꺼리를 찾고 있었는데
아래와 같은 과분한 쪽지에 힘입어 평소 되새기던 ‘일갈’을 슬며시 놓아본다.
한해의 끝자락에서 그동안 게을리하던 인연의 고리를 잡아봅니다.
선생님! 올 한해는 선생님을 알게된 것.... 생각날때마다 올린 마음의 글을 테니스코리아에
올려주시고... 테니스하는 여러사람들에게 사람의 정과 가슴따뜻한 보따리를 풀어주신 것....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새해는 더욱 건강챙기시고 향기나는 삶의 여정들로 더욱 힘차게
시작되길 진심으로 소원합니다.
여운글~~~... 늘 그렇듯, 언제 시간나면 찾아뵙겠습니다. 한해동안 선생님 덕분에
타인을 배려하는 씀씀이가 깊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옛날 은행에 다닐적 이야기다. (궁금하신 분은 지난 글 참조 ^^)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직장 스포츠팀으로 남자 축구 농구 테니스,
여자 배구, 탁구 등이 있었는데 선수단 개개인의 면면이 국가대표 집합소였다.
테니스 아마추어 동호인으로 금융단 대표로 뽑히는 선수(?)들은 은퇴한 축구
농구 선수가 주축이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구기선수 출신이다 보니
발 빠르고 힘 좋고 거기다가 신장까지 더해진데다가 간간이 테니스선수로부터
레슨을 받아서 취미로 테니스를 친다고 해도 막강한 화력(?)을 뽐내게 된다.
따라서 그 틈바구니에서 12명 엔트리에 들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중 왕중왕, 나이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현역시절의 악명(?)으로 보나 범접키
어려운 왕형님이 계셨다.
내가 이십대 중반이었을 때 아마 삼십 후반쯤 되었을 것이다.
운동선수 출신은 아무래도 승진이 느려 동년배는 군대계급으로 중령쯤 되어도
그 분은 만년 준위쯤..?
농구 현역 시절 악바리 가드로 타 팀에서 가장 경계하는 선수1호, 맨날 코뼈
부러지고 입술은 물론 이빨도 성하질 않을 정도로 승부욕이 대단했다.
농구 선수로는 키가 큰 편은 아니었으나 단단한 체격에 특히 손목은 자타가
공인하는 통뼈 그 자체였다.
다른 기술도 좋았지만 플렛으로 쌔려패는 포핸드 하나는 정말 일품이었고
항상 필승 조로서 나이 체격 실력 그리고 카리스카까정.., 좌상노릇을 도맡았다.
평상시에는 운동을 끝내고서 뒷골목의 동그랑땡집 허파집등 부담없는 곳에서
쇠주잔을 기울이며 복기(?)를 하는 것이 일과였는데, 농구 출신으로 최근에
입단한 회원이 신고를 하겠다고 해서 고기 굽는 곳에서 자리를 하게 되었다.
좌정하자 총무가 오늘 이 자리는 000이 모신답니다. 박수 짝짝짝
모두들 맛있게 먹고.., 왕형님은 언제나처럼 묵묵히 그저 권하는 대로 쭉쭉...
잘 먹었다고 끝날 때 또 박수 짝짝짝.
한잔 먹은 김에 입가심 한잔 더 모시겠다나..? 자리를 옮겨서 또 박수 짝짝짝.
잠깐! 이북 말씨를 쓰는 왕형님이 모처럼 한마디 하시겠단다.
어드래~ 밥값 한번 내면서 광고선전이 이래 많네~?
다 보고 있으니 일절만 하라우~
사실 클럽에서 왕형님 소리 들으려면 2차 정도는 척척내며 씀씀이도 있어야
하는데 행님 심기가 불편하신가보다 했다.
나중 나이가 먹어 감에 따라 대소모임을 이끌어 보니 어쩌다가 밥한끼 술한잔 값
부담했다며 깝쭉대는 눈꼴사나운 경우도 많이 보게 된다.
소리소문없이 봉사하고 슬그머니 촌지를 쥐어주며 수고했다고 어깨두드려주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왕형님이 그리워지면서..,
그런 역할을 하는 사이버에서 만나는 카페지기 및 운영자들 그리고 꾸준하게
참여하고 댓글로 격려해 주는 많은 님들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테니스를 사랑하는 님들,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게 즐테하시길
빕니다. ^^
* 농구를 잘 모를 적에는 그저 골 넣는 넘이 제일 잘 하는 줄 알았었는데
얻어터지고 몸싸움하며 밥상차려 주는 가드가 어찌 보면 가정에서 꼭
필요하고 귀중한 살림꾼 즉 주부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위 새로 입단한 넘은 이름있는 골게터였는데 왕형님이 코피터지게 볼을
다투는 동안 지는 몸싸움 없이 어느샌가 상대방 골밑에 가서 손을 번쩍
들곤 했었는데.., 그 형님은 그걸 다 보고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