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밖 산책길에서 만나는 올레꾼들이 많이 입고 다니는 쫄대바지가 맘에
들어 부인님을 졸라 모처럼 시내 대형 쇼핑센타를 찾았다.
싸이즈가 어떻게 되세요?
34는 쫌 끼고 36은 쫌 크고 35 없어요?
이 등산복은 34 까지만 나오는데 한번 입어 보세요.
내 배가 그렇게 나왔어?
조기 지나가는 아저씨보다 더해?
아니 조 사람은 약과고 저기 저사람 정도야. 당신은 금복주야 금복주!
수술하고 쫍은 병실에 누워 있으면서 가장 그리웠던 순간이 함덕해수사우나
에서 탁 트인 바다를 보며 뜨끈한 해수탕에 몸을 푹 담그는 것이었다.
집에서 샤워만 하다가 10개월 만에 탕에 가 전신거울에 비추어 보니 영락없는 달마도사가 그 안에 있다.
고무줄 츄리닝 차림으로 두문불출, 광고에 나오는 젊은이처럼 쇼파에
드러누워 테레비나 보다가.., 환자의 섭생을 끔찍이 챙기시는 부인님의
보살핌으로 삼시세끼 밥은 물론 이것저것 주전부리나 하며 인간하이에나
노릇을 몇 개월 한 결과, 76키로 이던 체중이 85, 허리는 41이 되어 버렸다.
오랜만에 보는 지인들이 만나는 사람마다 얼굴이 좋아졌다는 말이 결국은
매일 코트에서 살던 때에 비해 얼굴이 뽀~해지고 오동통해져서 그렇쿠나..!
77키로 36을 마지노선으로 관리하던 몸매가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니 걷잡을
수 없게 되었다.
수술 전 테니스를 배우고 싶다던 인근교회 목사님을 찾아가서 내일 아침부터
레슨을 자청하고 인터넷에서 뱃살 빼는 법을 늦도록 검색해 보았다.
‘콧수염’에 답글 달아주신 분께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
“워낙 마음도 용모도 멋지신 분이라 빡빡머리 시님 모습도 멋지실거 같은데요?
ㅎㅎ 빨리 완쾌하시길 진심으로 빌어 보며 성산 한번 가 뵈야 겠습니다..
일출도 보고 멋진 시님도 뵙고.. 옆 코트에 부인님이랑 션하게 공도 때리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