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이름이 뭐냐..?”
은사님이 공항에서 나를 보자 첫 말씀이 이름을 물으시는 것이었다.
.....엥?!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제주도 용호 집에 가자고 조르고 졸라 이곳에 오셨다는데.., 이상하다...
처음에는 반가워서 농담하시는 줄 알았다. 그러나 몇 가지 질문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을 사모님이 제지하며 어쩔 줄 몰라 하시는 바람에.., 치매에
걸리셨다는 소식을 떠올리게 되었는데 워낙 진지하게 말씀하시고 또 몸이
건강하셔서 겉으로 봐서는 병환중이라는 것을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드라마에서나 치매에 걸린 노인을 보았지 현실
속에서 맞닥뜨린 경험은 없었다. 처음 몇 번은 그러려니 했지만 운전 중에
그리고 하루 종일 계속되자 웃을 수도 없고 싫은 내색은 할 수 없고
녹음테이프를 틀듯이 대답을 꼬박꼬박하느라 몹시 피곤했다.
그날 밤 학창시절의 편린들을 주마등같이 떠올리며.., 모교의 선배이자
스승으로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제자들을 가르치고 혈육같이 아껴주시던
선생님께서 어쩌다가 치매에 걸리셔서 이렇게 무너져 버리셨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에 밤새 인터넷을 뒤져보며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본인은 천국, 가족은 지옥’이라는 치매. 이것만큼 질병의 부담을 주변에 크게
지우는 병도 없다고 한다. 나이 들어서 가장 피하고 싶은 것이 치매이며,
안 걸리도록 하는 것이 행복한 노년의 삶을 보장하는 첫 번째일 것 같다.
사모님으로부터 근황을 전해 듣고 선생님도 선생님이지만 사모님의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셨음을 알고는 집사람과 함께 더더욱 정성을 다하게 되었다.
고맙고 미안하다는 사모님 말씀에 나는 오히려 선생님의 방문을 통하여
‘치매 조심’이라는 큰 선물을 받았다고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렸다.
나이 육십이 넘으면 누구라도 치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기회에
평소의 생활습관을 되돌아보며 건강관리를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