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녕님의 글]/어머니의 수저

(9) 옥돔

테니스선생 2010. 2. 13. 11:02

 

[윤대녕 맛 산문집 “어머니의 수저”에서]

 

제주도에서는 옥돔을 ‘옥도미’ 혹은 ‘옥토미’라고 부른다. 옛날엔 옥돔만 ‘생선’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만큼 맛이 좋다는 얘기다. 생선국도 곧 ‘옥돔국’을 일컫는 말이었다.

어느 날 해안 일주도로를 타고 서귀포에서 성산 쪽으로 차를 몰고 가다가 배가 고파 길가에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 표선쯤이 아니었나 싶다. 벽에 붙어 있는 메뉴판에 ‘옥돔국’이 있어 주문했다.


  그것은 무채를 잔뜩 썰어 냄비에 깔고 옥돔 한 마리를 통째로 넣은 채 소금으로 간하여 끓여낸 국이었다. 다른 양념은 전혀 넣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니 맛이 심심했다. 그런데 다 먹고 나니 속이 바다처럼 맑아진 느낌이었다. 입 안에는 여전히 옥돔의 깔끔한 향이 남아 있었다.


  옥돔회를 먹으려면 운이 따라줘야 한다. 어느 여름날 저녁, 제주도 북쪽 구엄 방파제에 바람을 쏘이러 나갔다가 배에서 내리는 어부들을 보았다. 양동이에 들고 내리는 것을 보니 바로 옥돔이었다.

몇 마리 되지 않았다. 제주도 근해에서는 이제 옥돔이 잘 잡히지 않은 것이다. 근래엔 동지나해나 중국해 쪽으로 옥돔잡이를 나간다. 거기서 잡아온 옥돔은 제주산에 비해 맛이 한결 떨어진다. 살이 무르고 향도 제주산만큼 진하지 않다. 수협에 가서 옥돔을 사려면 제주산은 두 배 가까운 값을 줘야 한다.


  그날 나는 옥돔을 두 마리 사와(처음엔 팔지 않으려고 했다) 회로 떠서 먹어보았다. 다른 회에 비해 쫄깃한 맛은 조금 덜했지만 역시 맑고 향긋한 내음이 묻어났다. 비린내도 나지 않았다. 옥돔만의 독특한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아마 앞으로는 먹어보기 힘들 것이다. 그날은 단지 운이 좋았던 것뿐이다.


  아, 그 분홍빛의 아름다운 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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