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이야기]/테니스속의 나의 인생

간세다리 여인

테니스선생 2009. 8. 31. 08:15


헉! 저 여인은..?

심심풀이로 무료 레슨을 시작한 초창기에 테니스를 배우겠다고 온 아줌마다.


영세 받은지 일이년 되었나..? 의욕적인 신부님이 새로 부임하여 진입로를

통나무로 꾸민다고 모두들 열심히 사역(?)을 하고 있었다.

쨍쨍 햇빛이 내리치는 무더운 여름날에.., 나는 프로판 가스통에 연결된

커다란 도치렘프로 토막낸 통나무를 그을리고 있었는데.., 그 때,

왠 호리호리하고 까무잡잡한 젊은 아줌마가 워카를 신고는 불구덩이에

뛰어들어 아직도 불타고 있는 통나무를 마구 굴려가며 옮기는 것이 아닌가..?

제주도 여성들이 생활력이 강하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정말 깜짝 놀랐다.


하나 둘 셋! 가르쳐 주는 대로 잘 따라 하는데 폼도 좋고 몸도 날렵해서

모처럼 괜찮은 여성 동호인이 한 사람 생기려니 하면서 열심히 가르쳤다.

한 열 번 정도 배웠나..? 애가 어려서..,남편이 신경 쓰여서..,하며 흐지브지.

늦게 시작한 아주머니들은 게임을 하고 있는데.., 잊어 버릴만 하면 나타나

또 다시 하나 둘 셋!! 하다가는 슬그머니 사라지고...


부인의 권유로 오히려 늦게 시작한 서방님은 빵빵.., 곧 잘 게임도 재미있게 한다.

부부가 함께 월례회에 가입해서는 회비는 꼬박꼬박 내면서도 게임엔 들어가지

못하고 물주전자만 나르고 있다나 어쩐다나..?

부인 쫌 열심히 하도록 서방님이 도와줘야지! 하고 남편을 다그쳤다.

말쑤가 적은 아저씨가 툭 내뱉는 말, “간세해서리...”


세월이 몇 년 흐른 후 거금을 들여 라켓을 새로 사고는 다시 코트에 나왔다.

이제는 수업료를 받습니다. 한번 배우는데 만원, 수업 시간은 한 시간,

수업 시간에 오분 늦으면 선생은 가버립니다. 그 대신 약속을 잘 지키면 오만원에

한 달간 매일 가르쳐줍니다. 그러나 이삼일 건너뛰며 나오다 말다 하면 5회로 끝!

다시 배우려면 수업료 선불로 가져 오세요.


용케도 한달간 잘 나왔다. 이제는 재미도 있고 자신감이 붙는 모양이다.

다음달에도 가르쳐달란다. 공인중개사 시험이 코앞에 있지만 계속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