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이야기]/테니스속의 나의 인생

폼생폼사 VS 폼이 밥 먹여주냐

테니스선생 2010. 1. 28. 17:45

- 인터넷 ‘테니스코리아’ 에세이 중 최혜랑님이 쓴 글 (2008.5.21 게재) -

 

사진 찍는다고 카메라 앞에서 환하게 웃으면서 자연스런 포즈를 취하고 있자면
그 몇 초 동안이 여삼추같이 느껴지고
인고의 순간의 결과물인 사진 속에는 얼어붙은 미소와 어색하게 굳은 표정을 발견하게 되는데
모델 안되기 천만다행이다 싶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코치님 잔소리를 백날 듣고도 못고치던 나쁜 버릇이나 불량한 자세를
자신이 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 한 번 봄으로 해서 차츰 고칠 수 있었다는데
나는 잘 치다가도(?) 폼 교정을 위해 누가 카메라를 들이대주면
카메라를 의식한 나머지 되던 샷도 안되고 평소보다 딱딱하게 치게 되니
동영상을 백 번 본 들 나는 워낙 이렇게 안친다면서 카메라 탓을 할 지 모른다.
물론 몰래 찍은 동영상에 대해선 변명의 여지가 없겠지만.....

이제라도 실력 향상을 위해서는 대대적인 폼 교정이 필요하겠다 싶다가도
교정하면서 과도기가 너무 길어질까봐 또 죽도 밥도 안되고 혼란스럽기만해 슬럼프에 빠질까봐 두렵고
선수할 것도 아닌데....하는 타협하려는 마음과 귀찮음과 게으름이 쭈뼛 고개를 들고
주변 분들은 폼이 중요하다는 의견과 폼은 사치에 불과하다는 주장으로 팽팽히 갈려 있어
이 둘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기분이 든다.

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분들의 견해는
테니스는 라켓 면이 살아있어야 마음먹은 속도와 스핀과 깊이로 공을 원하는 곳에 보낼 수 있는데
라켓 면을 만드는 것이 바로 폼이기 때문에 폼이 예쁜 것이 공을 잘칠 수 있는 필요조건이라고.
(필요충분조건이라고는 안했음)
해서 폼생폼사를 고수하는 측은
말 그대로 폼에 죽고 폼에 사는데 폼에 목숨 건 사람마냥 좋은 폼을 갖기 위해
레슨받고 스윙연습하고 동영상 찍고 선수들 폼 연구해 이미지 트레이닝 등등 부단한 노력을 경주한다.

그런데 폼이 밥 먹여주냐?는 의견도 만만찮다.
구겨서든 비벼서든 공격 안당할 정도로 계속 넘기다보면 상대가 알아서 에러 내주는데
폼이 무슨 대수냐면서
남들 눈에는 엉성해보이지만 자기만의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폼으로
빠른 발을 이용해 잘 넘기고 계속 되받아치면서 기회를 노리다가 찬스에 결정구를 날릴 정도가 되면
가히 게임돌이 명예의 전당에 한 자리 차지할 만하다.
이분들은 테니스는 폼보다 승률로 얘길 해야지하면서
폼 만드는 레슨 백날 해봐야 허사라고 자신한다.

글쎄 나로선 어디에 한표하면서 투표를 할 일도 아니고 마음은 빨리 정해야겠고 정말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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